8-9면/지휘자 김용호의 인싸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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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0-15 10:51 조회8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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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인천아트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부문의 공연장이 문을 닫았을 때 민간부문에 장애인예술단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곳이다. 인천시 장애인문화예술 인프라구축 2차공연이 열린 곳이 바로 이곳이다. 유튜브에 공연 영상이 올라간뒤 KBS3라디오에서 장애인예술가와 비장애인 가수 김선동씨에 대해 인터뷰가 이어지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휘자 김용호의 인싸이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코로나19바이러스가 찾아온 이후의 우리의 삶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고, '그동안 내가 잘 살아온게 맞나?'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삶에 많은 제약들이 있고, 서로를 위해 끊임없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시점에 저는 연주자로서 지휘자로서 음악 생활을 직업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은 10월이 되서야 곳곳에서 '매일 등교'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어 조금씩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외에 제가 책임지고 있는 인천청소년교향악단은 단원이 많이 줄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합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그리고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인천의 청소년들에게 뭘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주자로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감동과 스토리를 언택트(Un-tact, 부정 접두사인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비대면·비접촉 방식을 가리키는 신조어) 혹은 온택트(On-tact,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로서 관객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가갈지에 대한 연구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날의 연주
얼마 전, 장애인 친구들과 비장애인 전문 음악인의 콜라보레이션 연주가 있었습니다. 그 연주를 통해 저는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맨날 하던 연주, 맨날 만나던 음악인들이 아닌 나와 다른 듯 같은 그들과의 연주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창교 단장과 연주를 기획하던 순간과, 연주를 준비하기 위해 간석동으로 <국민엔젤스앙상블> 단원들의 악기 연습 현장을 방문했던 그 때, 그리고 리허설을 위해 제가 운영하는 공간에 찾아왔던 장애인 친구들의 첫 인상, 더불어 음악이 울려퍼지자 온 몸에 전율이 스쳐갔던 기분, 마지막으로 십시일반 온라인 생방으로 집콕 음악회를 진행하기 위해 함께 분주하게 움직였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인천청소년교향악단의 재기
제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청소년교향악단(1985년 창단)을 故김형태 선생님께 2012년도에 물려받은 직후, 선생님께서 투병 생활 하셨던 기간 동안 관리되지 못해 오케스트라 단원이 1명까지 갔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 지옥처럼 느껴졌던 경험이 면역력으로 작용해서 그런지 오히려 코로나19바이러스를 겪는 지금이 괜찮을 정도 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오케스트라>인데 단원이 1명이라니, 남아 있는 저 친구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또 이 친구를 보내는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정말 괴로웠습니다. 차마 묻지도 못하고 매주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단원의 어머님과 대화를 하던 도중. "지휘자 선생님, 저희 아이는 요즘 정말 행복해하고 있어요." 전반적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PDD)에 속하는 자폐스펙트럼의 하나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단원이 없는 지금을 더 편안해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장애의 또다른 이름 '재능’
저도 음악밖에는 할 줄 모르는 매우 부족한 사람인지라 그 친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머님께서 건네주셨던 <별종, 괴짜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책은 저희집 가보가 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구절은 '만약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십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있다면 여러분이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것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절실하게 무리 속에 섞이고 싶어하는지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4남 3녀 중 넷째로, 이 책을 쓸 당시 열세 살이었던 루크 잭슨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니고 있고 그의 남동생 둘은 각각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란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증상으로 보이는 정신질환이며 대개 초기 아동기에 발병하여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특징), 자폐증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책 외에도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ADHD를 위한 무 글루텐/카세인 식이요법 가이드북 등)의 책을 낸 작가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 루크를 만나고 저는 '장애는 또다른 재능'이었다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이 가진 힘, 음악놀이터
인천광역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인천아트센터는 故김형태 선생님께서 자리잡으신 공간이었고, 인천을 대표하는 인천문화예술회관을 바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예술인들이 일하고, 놀고, 먹고, 즐기는 로데오라고 할 수 있는 이 장소를 떠나기 싫었고 이 공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안성맞춤인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기고 싶은 인천 시민들이 쉬어가는 버스정류장(Fermata 이탈리아어로 버스정류장, 주로 음악용어로 자주 사용되며 곡에서 박자의 운동을 잠시 늦추거나 멈추도록 지시하는 표를 의미)그리고 음악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매주 일요일 오후4시 온라인 생방 연주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지만 백신이 유통되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하지 않으면 음악은, 더군다나 클래식은 사람들과 더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용기를 내고 영상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시작하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서해바다 꿈이야기
인천광역시 장애인 문화예술 인프라구축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서해바다 꿈이야기' 공연은 인천아트센터 <인천아트-음악놀이터>의 두 번째 시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꿈꾸는마을 전속 단원으로 시각장애와 자폐성 발달장애 등을 갖고 있는 성악가 이배인, 시각장애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드림피플예술단 소속 피아노 연주자 안계범, 국민엔젤스앙상블 소속 비올라 연주자 백승희, 바이올린 겸 클라리넷 연주자 김유경, 첼로 유은지, 플룻 박혜림, 색소폰 박진현의 무대 뿐만 아니라 자폐인으로서는 드물게 기타를 치며 노래가 가능한 놀랍고 기적인 광경 그리고 지난 전국 장애인 행복 나눔페스티벌에서 인천시 대표로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은 평화도시 타악퍼포먼스까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바람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영광이면서도 '이제 시작이다'라는 포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의 관문지, 인천
모든 서양문물과 예술이 인천을 통해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천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의 의미는 정말 상상하는 것보다 크다고 합니다. 연주자로서 그리고 지휘자로서 인천의 청소년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음악으로서 리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책임감이 실로 무겁습니다. 더 어려워졌다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기회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9월 27일 '서해바다 꿈이야기' 공연을 그래서 제게 더욱 특별했던 공연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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