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3면/백문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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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26 23:47 조회999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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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
글=김정은(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박사수료) 사진=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편견’, ‘인식 개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저는 정확히 떠오르는 일화(사건)가 있습니다. 제가 서울의 한 정신장애인 이용시설에서 사회복지실습을 할 때 일입니다. 8주간의 실습 마지막 날, 조촐한 다과 파티를 하며 이제 앞으로 보지 못하게 됐다는 서운함과 함께 그동안 감사했다고 이용자분들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갈 준비를 하며 외투를 입는데, 어르신 한 분이 제게 다가와 조용히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무슨 병이야?” 헉! 이 질문을 듣고 저는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었던 장애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깨짐을 느꼈습니다. ‘아, 누군가도 나를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나도 이분들도 겉으로 봐서는 전혀 구분할 수 없구나’.
이 사건은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한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인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석사학위논문을 우리나라 영화 속에 나타난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이미지를 주제로 쓰게 됐습니다. 해외 사례도 살펴봤고요.
어떤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무서운 이유는 이것을 통해 집단을 구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하셨을 텐데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집단 속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반복 교환되면서 결국 해당 대상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데, 그때부터는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장애인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상이 좋은 행동을 하거나 긍정적 이미지에는 집중하지 않고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 이미지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맞아’,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단단해지고 그러면서 편견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어린아이보다 어른들의 시선이 삐딱한 것, 또 그런 어른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이겠죠.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법정 의무화된 지 4년 차를 맞았습니다. 2000년 고용노동부 '장애인 인식개선 지원사업'으로 시작됐고, 2018년 5월 모든 사업주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의무화됐죠.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2018년 대통령·국무총리 산하기관과 각 부 처·청, 지자체 243곳의 장애 인식개선 교육 실적자료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국가기관에서 해당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 2019). 그래서일까요? 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해 예술과 교육을 융합한 문화체험형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도입했습니다-물론 관련 연구(김려울, 2019)에 따르면,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시행한 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함-이름하여 ‘문화체험형 교육’.
문화체험형 교육은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과 당사자들의 문화공연을 접목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교육에 공연(패션쇼, 오케스트라 연주, 전시 등)을 포함된 것인데요. 수강생들은 교육을 들으며 당사자들의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은 못 할 거야, 장애인의 능력은 제한적일 거야’ 같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게 되는 거죠.
"이런 교육이라면 100번이라도 듣고 싶어요. 엄지척!"
"강의는 전달력이 뛰어났어요. 음악공연도 감동적이고 장애인들이 사회적기업 정직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보기 좋았어요.“
지난해 7월 7일 서울 강서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인 '희망친구 기아대책'에서 진행된 '드림위드앙상블(단원 11명 중 8명이 중증 발달장애인)'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이라고 합니다(내일신문, 2021.04.23.). 그도 그럴 것이 재미없고 졸리고 ‘언제 끝나나’만 기다리게 했던 기존 교육과 달리 교육을 들으며 직접 ‘장애인도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거기에 덤으로 눈 호강, 귀 호강을 할 수 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겠죠.
실제로 문화체험형 교육 기관인 한빛예술단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92%)이 문화체험형(공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기존 강의식 교육보다 효과적이었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또, 해당 공연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되어 만족스럽다는 응답이 약 98%(매우 만족 79.79%, 약간 만족 18.18%)였다고 합니다(세계일보, 2021.03.22.).
사실, 문화체험형 교육은 쌍방입니다. 수강생들에겐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교육 효과를 주고 공연(또는 쇼, 전시 등)을 하는 장애 당사자들에겐 사회와의 접점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당사자들은 수십 번의 연습을 합니다. 즉,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만나고 꽤 오랜 시간 악기를, 또는 미술을, 쇼를 연습하게 되는 거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그 문화예술 활동을 인정받아 직업으로 삼고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직업이 있고 일정 금액의 소득이 있다는 것. 누군가에겐 아무런 감흥이 없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하지만 이 당연함조차 힘들게 얻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화체험형 교육이 쌍방향인 일석다조 효과의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서울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문화체험형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도 빵빵하고요. 물론 인천에서도 <국민엔젤스앙상블>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단원 5명이 그동안 지원해 온 국민일보사와 무기 계약직 전환 계약을 맺었다고 하죠. 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로부터 올해 직장 내 장애인식 개선 강사지원사업의 공연 강사로 위촉돼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활동하고 있죠. 학교에서도 공연형 교육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13일까지 인천북부교육청 관내 10개 학교에서 ‘찾아가는 배움터 장애 평등교육’을 공연 형태로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단순히 사업체에서 교육을 하냐 하지 않냐 만의 여부만 법정의무인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교육을 주관(또는 담당)하는 사업주의 적극적인 참여 및 관심 없는 경우, 문화체험형 교육이 진행될 수 없어서입니다.
또, 아무래도 지자체가 아닌 기업체가 이 활동을 지원하다 보니 예산 문제 등으로 단원 고용에 인원 제한이 있는 등 지원 부분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장애 당사자들과 함께하고 싶어도 현실적 이유로 그렇지 못하게 되는 거죠.
사회가 발달하고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 수 있는 사회가 곧 올 것이라고 기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지…. 장애 가족을 둔 구성원들이 아이(또는 형, 누나, 동생)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혹은 다른 사람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 우리 아이를 바라볼까 걱정돼 아직도 외출조차 쉽게 할 수 없다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장애를 보지 말고 능력을 보라.”
지난 2016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한 인식개선 공모전(포스터 분야)에서 수상한 한 작품의 문구입니다. 이 문구처럼 앞으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문화체험형 교육의 활성화되고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 충분해져서 문화예술에 재능을, 능력을 갖춘 장애인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은 이를 통해 장애가 아닌 능력을 먼저 볼 수 있게 되는 세상이 조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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