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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흔드는 상속 분쟁 5년 새 2배로...기부가 해법될 수도(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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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24 00:02 조회2,9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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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흔드는 상속 분쟁 5년 새 2배로… 기부가 해법될 수도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
부모 사망 후 유산 분배 과정 가족간 상속재산 소송전 급증
생전 기부 통해 유산 갈등 해소 멋진 가풍 만드는 방법일 수도

입력 : 2022-06-23 
게티이미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은 2014년 1월이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재산 대부분을 아들에게 물려줬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건물, 경기도 하남에 있는 대지 등이 아들과 며느리, 손자에게 돌아갔다. 딸들로서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17년 어머니까지 세상을 등지자 자녀들 사이에선 싸움이 벌어졌다. 어머니가 별세한 이듬해, 딸 A씨는 여동생과 함께 오빠를 상대로 유류분 소송을 제기했고 부친의 유산 가운데 부동산 지분 일부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송전이 가족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을지는 불문가지다. 유산 갈등 탓에 혈연으로 맺은 정은 결딴나 버렸고 A씨 남매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 버렸다.

상속 갈등은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3년 서울 강서구에서 벌어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B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유산 일부를 남동생한테 넘기려는 게 싫었다. 어머니와 한집에 살면서도 말을 섞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잔소리를 듣고 홧김에 어머니를 살해했고 법원은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유산, 가족 해체의 도화선

A씨와 B씨 가족처럼 한국 사회에서 유산을 둘러싼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누구보다 화목하다고 자부하던 가정도 상속 문제 탓에 원수가 돼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2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모 사망 후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충돌이 발생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가 제기된 건수는 2020년 기준 2095건에 달한다. 이는 최근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유류분 소송 역시 마찬가지다. 유류분은 자신에게 돌아갈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가리키는 용어다. 가령 아버지가 유산 10억원을 두 자녀 가운데 형에게만 전부 물려줬을 때, 동생은 형을 상대로 자신의 법정상속분(5억원)의 절반인 2억5000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979년부터 시행된 유류분 관련 민법 조항은 오랫동안 유명무실한 법령이었다. 사람들은 가부장제의 영향 탓에 장자에게 재산 대부분을 넘기는 걸 당연시했다. 맏아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도 많았다. 20년 전인 2002년만 하더라도 유류분 소송 접수 건수는 겨우 69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건수는 그즈음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6년부터는 매년 1000건 넘게 제기되고 있다. 2018년 출간된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책에는 유류분 소송과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가 담겼는데, 간추리자면 이런 내용이다.

저자는 유류분 소송 138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소송을 낸 원고 292명 가운데 52.1%가 딸이었고 아들 비율은 29.8%에 불과했다. 이어 손자(5.8%) 배우자(4.8%) 순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이 누군지 집계했을 때에는 아들은 48.9%, 딸은 16.6%였다.

이 같은 결과는 부모의 아들 편애 경향에 대한 반감, 장자 상속에 관한 딸들의 불만이 소송을 통해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법률 지식이 없어서, 혹은 장자 상속을 마땅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에 유산 배분이 불공평하게 이뤄지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소송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송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소통”이라며 “부모 역시 상속 문제에 대한 지식을 쌓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법적 다툼이 유산 문제로 인한 억울함을 푸는 데에는 얼마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소송전을 벌이면 가족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과거 검사 시절 펴낸 에세이 ‘검사내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법대로 하자는 것은 상대방과의 공존과 상생은 개뿔, ‘널 반드시 박멸시키겠다’라는 말의 우회적 표현이기도 하다. 법에 의한 분쟁 해결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 새로운 분쟁과 갈등을 낳는 경우가 많다. … 모든 소송의 승자는 언제나 법률가이다.”

기부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상속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으로 흔히 거론되는 게 사전 증여다. 상속세 절감 효과까지 있어 사전 증여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연보를 보면 사전 증여 신고 인원은 2011년 7만9030명에서 2020년엔 21만4603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사전 증여가 유산 갈등을 푸는 궁극적 해법일 순 없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저자는 유류분 소송 판결문을 바탕으로 소송 사유 순위를 매겼는데 1위가 ‘불공평한 생전 증여’(75.4%)였다.

언젠가부터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실제로 한국인의 기대수명도 83.5세(2020년 기준)나 된다. 하지만 건강 수명을 보면 66.3년으로 17.2년의 격차가 발생한다. 인생의 마지막 10여년을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때로는 중병에 걸려 보내야 하는 셈이다. 이 시기에는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857만7830명으로, 이 중 치매 추정 환자는 88만6173명(10.3%)에 달한다. 재산 정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치매에 걸려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가 돼 버리면 유산 문제에 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1555&code=11131100&sid1=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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